운수 나쁜 날

하루|하루 2009. 10. 20. 22:54 |
며칠 전에 외국인 등록증 카드가 만료됐으니 갱신하러 구약소에 오라는 편지가 왔었다.
앞으로 얼마 있지도 않을 건데 귀찮게스리 오라가라야... 라고 투덜댔지만
불법체류자가 되기는 싫었으므로 걍 닥치고 어저께 다녀왔다.

근데 이 넘의 구약소가 같은 구 안에 있기는 한데,
구가 워낙 넓은 데다 내가 사는 데가 딱 세타가야구의 귀퉁이에 있어서 구약소까지 겁나 멀다. (-_-)
전철타고 가면 환승까지 해서 돈은 돈대로 들고 시간도 걸리고 귀찮기도 해서,
교통비도 아낄 겸 걍 자전거 타고 씽-하니 다녀오기로 한 거임.
구약소에서 도착해서 새 카드 신청했는데, 2~3주 걸린다고 함.
역시 일본 아날로그식 행정 알아줘야 해. 나 도쿄 뜰 때 쯤 받겠는데?!?!
아주 받자마자 그 다음 날 바로 공항 가서 반납하고 비행기 타겠어?!

이렇게 혼자 만담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원래 일본은 법으로 자전거는 인도에서 달리면 안되고 도로에서 달려야 한다.
(사실 인도에는 사람이 많아서 피해가는 것도 스트레스라서 걍 도로가 낫긴 하다.)
그래서 도로에서 열심히 달리고 있었는데 마침 러쉬아워라서 차가 엄청 많아
자전거로 달리기에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냥 인도에서 달릴까...' 하면서 턱을 넘어 인도에 올라간 순간,
난 자신있게 인도에 올라갔는데 나의 사랑스런 씽순이 2세는
너의육중한몸을견디며달리는것도노가다인데나보고지금에베레스트라도오르라는거냐
라며 자긴 안 될 것 같다고 나 먼저 가라며 그대로 턱을 넘지 못하고 장렬히 전사했다.

"이게 뭔 잡소리야?" 라고 하시는 분들.....
쉽게 말해 걍 엎어졌다구용.

-_ㅠ

지금까지 그 정도 턱은 자신있게 넘어갔는데,
생각보다 턱이 높았던 건지, 아니면 턱을 넘는 각도가 안 좋았던 건지,
하여튼 벌러덩 자빠졌다. (-_-)

난 순간 너무 놀래서 "악!" 이러면서 엎어졌는데,
이미 말했지만 그 때 러쉬아워라서 인도에도 사람 엄청 많았........
하필 대로라서 차도 많고 사람도 많고. ㅠ_ㅠ

근데 진짜 도쿄 사람들 냉정하다 냉정하다 했더니,
바로 옆에 지나가던 남자들은 "괜찮나?"라는 표정과
웃겨 뒤지겠다는 표정을 절묘하게 믹스한 표정의 얼굴로 걍 무심하게 지나가고. -_-
뒤 쪽에서 오시던 할머니 역시 똑같은 표정(걱정+큰웃음)으로 "괜찮아요?"라고 물어봐주셨는데,
(그래 그들에게는 그저 몸개그로 보였겠지...)
다들 알다시피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넘어지거나 다치면
그 순간에는 쪽팔려서 아픈 것도 모른다. -_))
물론 나도 너무 쪽팔려서 빛의 속도로 일어나서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씽순이 2세를 일으켜 세우고,
완전 아무렇지도 않은 척 "괜찮아요~" 라고 하면서
시크하게 바로 씽순이 2세에 올라타서 쿨하게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근데 정말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쪽팔림과 통증에
일단 아무 골목이나 들어가서 상처를 확인하기로 했다.
넘어질 때 분명히 얼굴에 긁히는 느낌이 나긴 했는데,
다행히 얼굴에는 아무런 상처가 없었고;; (오 마이 프레셔스 훼이스!)
손바닥에 약간의 긁힘을 확인한 후 다리 쪽으로 시선을 이동하니,
종아리의 1/3 정도가 쓸린데다, 무릎에서는 피가 철철 나고 있었다.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일단 대강 휴지로 닦고
집에는 가야하니 어쩔 수 없이 다시 씽순이 2세에 올라타서 집으로 갔는데,
한 10분 정도 걸렸는데 진짜 너무 아파서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탔음. -_ㅠ

집에 가는 길에 약국 들러서 소독제랑 연고를 샀는데 얘네들은 또 어찌나 비싼지...
교통비 아끼려다 약값이 더 들어가게 생겼음. -_ㅠ

사실 하우스 메이트들이 보고 걱정하면서 "병원에 가야하는 거 아냐?" 라고 했는데,
어렸을 때 무릎 깨진 걸로 병원 간 적도 없고,
난 건강보험도 없어서 치료비도 비싸니까 그냥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다.
근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생각해보니
내가 일하는 학원에서 무료로 보험에 가입시켜줬기 때문에,
병원에 가도 진료비랑 약값은 나중에 청구하면 돌려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오늘 집 근처 외과에 다녀왔는데, 진짜 다녀오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음.
내가 어제 집에서 대강 소독하긴 했는데 역시 아프니까 제대로 못했었다.
근데 의사선생님이랑 간호사 언니랑 둘이서 합심해서 마치 짠 듯이
똑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조금 아플거예요~" 이러면서 소독해줬는데,
아 진짜 너무 따가워서 온 몸의 털이 다 서고 근육이 다 오그라드는 느낌. -_ㅠ
막 의사선생님 책상 붙잡고 강아지처럼 낑낑대고. -_-;
뭐 그래도 제대로 소독하고, 연고 바르고 거즈 붙이고, 붕대까지 감아줬다.
글구 상처 자체는 연고 바르면 낫지만, 환부가 워낙 커서 균에 감염되는 게 걱정이라고,
파상풍 예방주사까지 맞았다. -_-;
근데 얘는 또 한 번 맞으면 효과 없다고 한 달 뒤에 한 번 더 와서 맞으라고 함. 꺄오!!!
게다가 까지 처방해줬는데, 무슨 균에 감염되는 걸 억제하는 약이랑,
그 약이 너무 독해서 (-_-) 위에 부담이 갈 수 있으므로 위염약을;;

아 진짜 자전거 타다가 한 번 엎어져서 이게 뭔 일이래. -_ㅠ
앞으로 조심해서 타야지.
(절대 안 탄다는 소리는 안 함. 내가 씽순이 2세를 얼마 주고 샀는데!
가기 전까지 제대로 뽕 뽑을 거야!)











상처가 얼마나 심했는지 모두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에 사진 몇 장 찍어봤심.
*수줍수줍*



영광의 상처
사고 난 날             ->                병원 다녀와서 붕대 감고            ->        둘째 날부터 피멍 작렬



※ 무릎+종아리 맞음. 허벅지 아님.
원근법에 의해 저래 보인다고 난 믿고 싶을 뿐.





+) 재밌는 (?) 사실 하나.

일본이 요즘 좀 기온이 내려가서 서늘해지니까,
얘네들 완전 오바오바상오바 하는 건 또 알아줘서,
벌써부터 부츠를 신는 사람들이 생겼다.
(하긴 뭐 한여름에도 있으니까... -_-)
하지만 난 꿋꿋이 뉴질랜드에서 하던 대로 계속 쪼리로 밀고 나감. -_-)v

근데 전철 타거나 길에서 걸어다니면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봤었다.
그럼 난 '쪼리가 편한데 어쩌라구!!! 그리고 그렇게 춥지도 않잖아?!
넌 23도에 부츠 신고 싶니?!?!' 라고 혼자 속으로 승질내고 있었는데,
오늘 붕대를 감고 나가니까, 사람들이 대놓고 쳐다보기 시작했다. (-_-)

다친 사람 처음 보나?! 어쩜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지???
진짜 전철에서 자리에 앉으면 건너편에 앉은 사람들은 물론,
주변에 서있는 사람들의 상당수도 내 다리에 시선고정.
아 이쁜 거 아니까 그만 좀 쳐다보라구~ <= 이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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