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만들기 ②

하루|하루 2008. 12. 19. 22:58 |
일본에서 체류한지 6개월이 안 된 외국인에게는
고난과 역경의 시간, 통장 만들기!

원래 외국인은 일본에 온 지 6개월이 지나지 않으면
우체국 통장 이외의 "은행 통장"은 만들기 진짜 힘들지만,
지점마다 다르고 또 은행원마다 다르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한 번에 만들 수도 있고
운이 나쁘면 몇 날 며칠, 혹은 며칠을 쌩고생할 수도 있다.
뭐 그렇게 쌩고생이라도 해서 만들면 다행이지만;;

아무튼 난 운 좋게도 일본에 온 지 2주 만에
미츠비시도쿄UFJ 은행三菱東京UFJ銀行에서 통장을 만들었었다.
근데 내가 곧 이사 갈 게스트 하우스의 집세 입금 구좌가 미즈호 은행みずほ銀行인데,
저번에 ATM으로 보증금 등등 송금했더니
수수료를 무려 ¥315 이나 쳐받아드시는거다 -_-)+
물론 창구에서 하면 더 비싸구. (-_-)
그래서 좀 알아봤더니 같은 은행끼리는 송금 수수료가 아예 없던지 훨씬 싸댄다. +_+

그리하야 욕심 좀 내서 미즈호 은행 통장 만들기에 도전!
상대는 그 그지 같은 "6개월 규칙"을 칼 같이 지키기로 유명한 미즈호!
요즘 삶이 무료해서 일부러 혈압 올릴 일을 만들었지 내가 아주... (-_-)





아무튼 저번 주에 일단 지금 있는 게스트 하우스 근처에 있는 미즈호 은행으로 갔다.
아무래도 거주지 근처 은행이 더 만들기 수월할 것 같아서~
(잘 만들어준다는 소문 듣고 아무 지점이나 찾아가면
거주지나 직장이 근처가 아닌데 왜 이리로 왔냐고 한댄다 -ㅅ-;)
가서 외국인인데 구좌 개설할 수 있냐고 물어보니까
바로 외국인 등록증 확인하더니 일본 온 지 6개월이 안 됐다고 안 된다고. OTL

그래도 난 심하게 낙담하진 않았숴!
왜냐? 내가 일하는 학원 근처에 또 미즈호 은행이 있으닉하!





그래서 그 다음 날 학원 근처에 있는 미즈호 은행에 갔다.
역시나 외국인 등록증부터 보자고 하더니 체류 기간 6개월이 안 지났다고 안 된다고 함.
뭐 그 정도야 이미 예상했지~ 안 그래도 규칙이 엄격한 미즈호 은행인데
큰 지점들은 특히 엄격하다니까 바로 해주는 건 바라지도 않았음;;
그래서 비장의 "급료 카드"를 내세웠다.
"급료 받으려고 하는 건데 그래도 안 되나효...?" 라고 하면서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ㅋㅋㅋ
그랬더니 직원분이 곤란한 표정을 지으시더니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고 오더니 그래도 안 된다고 죄송하다고;;
(내 자랑하는 건 아니지만) "
일본어를 이렇게 잘 하시는 데도
개설해드리지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라고 했다 -ㅅ-;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뭐 별 다른 방도가 있는감;;
그냥 포기하고 말도 안 되는 그지깽깽이 규칙을 욕하며 은행을 나왔다.
내 이미지도 있고 진상 부리고 싶진 않았음. -ㅅ-;

근데 학원에 가서 같이 일하는 애들한테 통장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냐고 물어봤더니
미쉘이 바로 내가 다녀 온 그 지점에서 한 번에 만들었다는 거다! @_@
그것도 온 지 한 달도 채 안 돼서!
걘 일본어 정말 하나도 못 해서 다른 일본어 잘하는 외국애랑 같이 가서 만들었다고;;
자기는 오히려 미츠비시도쿄UFJ 은행 통장 만들고 싶었는데
안 된다고 해서 미즈호 은행 갔더니 바로 만들어줬다나. -.,-
완전 어이 없어서 난 체류 기간 6개월이 안 된다고 빠꾸 먹었다고 했더니
자기는 우리 학원에서 일한다는 증명서를 가져 갔다고 하면서,
학원에서 증명서 받아서  다시 한 번 가보라고 했다.





그래서 본사재직증명서를 신청해서 우편으로 받고,
화요일에 일 시작하기 전에 가서 통장 개설하고 싶다고 했더니
외국인 등록증 보더니 역시나 안 된다고 하길래,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다른 외국인 동료는
일본어도 하나도 못 하는데 온 지 한 달도 안 돼서 개설했다고 하던데,
나는 왜 안 되냐고 물어보면서 재직증명서랑 게스트 하우스 계약서를 보여줬다.
(직장이랑 거주지가 확실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하야~)

한참을 여기 저기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면서 이 사람 저 사람한테 물어보고,
마치 진품명품에서 감정이라도 하듯이 내 외국인 등록증을 찬찬히 뜯어보더니,
갑자기 여권 좀 보여달라고 -ㅅ-;;

내가 외국인 등록증 있는데 여권이 왜 필요하냐고 했더니
여권에 내가 할 수 있는 활동이 적혀 있는 종이가 붙어 있는데 그걸 봐야 한단다.
그러고 보니 입국할 때 여권에 일본어로 막 뭐라고 써 있는 종이를 붙여준 것 같다. (-_-)
근데 그 때 이미 이런 저런 서류 검토하는데 30분 넘게 걸려서 슬슬 열이 받기 시작했을 때라,
매니저랑 직접 얘기하는 게 빠를 것 같아서 매니저를 불러달라고 했다.

잠시 후 매니저가 와서 내가 굳은 얼굴로 상황 설명하고
"왜 걔는 되는데 나는 안 되냐, 실로 불평등한 처사 아니냐"는 논리를 펼치니까
잠깐 당황하더니 그럼 다음에 여권이랑 재직증명서외국인 등록증 가져오면
검토해 보고 문제가 없으면 개설해 주겠다고 했다. *-_-*
그래서 내가 다음에 와서 또 이런 대화하고 계속 기다리기 싫으니까
그 서류들만 가져오면 구좌 개설해준다는 편지 같은 거 써줄 수 있냐고 하니까
자기 명함 뒤에다가 필요한 서류 목록 적어 주면서
다음에 와서 자기를 찾으면 바로 처리해 준댄다. 우후훗~





원래 최대한 빨리 일 처리하려고 수요일이나 어제 가려고 했는데 일이 생겨서 못 가고
(여기는 망할 놈의 은행들이 오후 3시에 닫는다. -┏)
오늘 갔었는데, 가자마자 저번에 받은 매니저의 명함 보여주면서
이 분이랑 얘기하고 싶다고 했더니 먼저 와 계신 손님이 계시다고 기다려 달라고 했다.
한 10분 정도 기다렸더니 매니저가 와서 저번엔 죄송했다고 하면서 서류 가져오셨냐고. +_+
여권 등등 보여줬더니 찬찬히 살펴보고는 다 확인됐다고 하면서
다른 직원 부르더니 신청서 작성 도와드리라고 했다~ 꺄하하핫!!!

뭔가 큰 일 해낸 것 같은 기분과 동시에
신청서 작성 도와주는 직원도 완전 훈남이어서 마음이 아주 제대로 훈훈~ *-_-*
신청서에 어려운 한자가 너무 많아서 이것 저것 물어봤더니
완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꺄항항~





근데 신규구좌 신청하는 도중에 또 하나의 커다란 난관에 부딪혔으니...
캐쉬카드 만드는 데 발급비가 무려 ¥1,500 이랜다!!! @ㅁ@
망할!!! 난 지갑에 천엔도 없었을 뿐이고!!! (촘만 쳐울자)
그 험난한 고비들을 넘기고 여기서 이렇게 어이 없이 무너지는가 생각하며 떡실신하기 직전에,
훈남 직원이 "그런데~" 하면서 무슨 미즈호 마일리지 카드가 새로 나왔는데
그걸로 신청하면 연회비무료발급비무료라고. *-_-*
아아 어딘가에서 천사의 노랫가락이 ;ㅁ;

신용카드로 신청하고 싶냐고 하길래 안 될 건 뻔하지만 혹시 모르니 그냥 신청했다. ㅋㅋㅋ
글두 신용카드를 신청하면 헬로키티 통장을 발급 받을 수 있걸랑. +_+
(미츠비시도쿄UFJ 은행에서도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신용카드 신청 받더니
심사 통과 못했네 어쩌네 하면서 지들 맘대로 캐쉬카드 보내줬음. -_-
외국인이라고 발급해주지도 않을 거면서 신청은 왜 받음??)






근데 통장 만들 때 최소 입금 금액 얘기를 하길래
순간 미츠비시도쿄UFJ 은행에서 통장 만들면서 천엔 뜯긴게 생각나면서
또 다시 떡실신을 할 준비를 -ㅅ-; 정말 산 넘어 산 -_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난 지갑에 천엔도 없었을 뿐이고!
근데 다행히 "죄송하지만 0엔으로 만들어 드려도 괜찮겠냐" 고! +_+
죄송하긴 무슨~ 나야 고맙지~ 꺄하하핫 *-_-*





아무튼 이렇게 수 많은 고난과 역경을 딛고 만든 겁나 소중한 나의 미즈호 은행 통장!
매달 집세 송금하는 수수료 아끼려고 제대로 삽질링한 나의 흔적!
하지만 한 달에 ¥315 이면 지금의 나에게는 체감 $315 일 뿐이고!


미즈호 은행 헬로키티 통장
미즈호 은행 헬로키티 통장
펜이랑 휴지는 사은품

아 이 통장을 손에 쥐었을 때의 그 뿌듯함이란 T^T 정말 말로 설명 못 함. -_ㅠ
나도 모르게 막 미소가 지어지고 귓가에서는 빵빠레가 울리고~ ㅋㅋㅋ





근데 카드 오려면 또 몇 주 걸린다던데....
이 나라 행정 처리 느린 건 진짜 알아줘야 해; 제대로 아날로그식 (-_-)
통장 만드는 것도 30분 정도 기다렸음!!!
구좌 번호 하나 받아서 통장에 이름 하나 쓰는 게 뭐 그리 오래 걸린다고! 캭!!!

아냐 그래도 구좌 개설한 게 어디야... 고마워요 미즈호 은행님~ 어흑 -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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