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을 하다

하루|하루 2008. 9. 25. 20:57 |
일본에 가져갈 오미야게 사러 다운타운 쪽으로 가는데 헌혈차가 보여서
일본 가기 전에 헌혈하고 가야겠다는 퍼뜩 들었다.
사실 그 동안 계속 '헌혈한지 진짜 오래 됐다, 헌혈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타이밍을 놓치고 여건이 안 맞아서 어쩌다 보니 계속 못 했는데,
이번엔 정말로 가기 전에 좋은 일 하고 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나 무슨 일본으로 이민 가서 안 올 사람 같음 -.,-)

점심 먹고 볼 일 보고 다시 다운타운 쪽으로 가봤더니
헌혈차가 2시까지였는데 내가 간 시각은 2시 10분. T_T

근데 왠지 오늘 안 하면 가기 전에 절대 못 하고 갈 것 같은 생각에
집에 오자마자 NZ Blood Service에 전화해서 타카푸나 헌혈센터에 예약을 했다.
화요일이랑 목요일은 late night이라 저녁 8시까지 한다길래
너무 너무 피곤해서 좀 쉬었다 가려고 6시 반에 예약.


타카푸나 헌혈센터
타카푸나 헌혈센터
441 Lake Road, Takapuna, Auckland


시간 딱 맞춰서 갔는데 기다리는 사람들이 몇 명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서류를 작성했는데, 서류에 기록된 내 헌혈 정보를 보니
세상에 마지막으로 헌혈한 게 무려 3년 전!
오래 전에 한 건 알았지만 그렇게 오래됐을 줄이야;;
그래도 뭐 중간에 우리나라에 1년 넘게 있었으니까...
횟수로도 이번이 5번째. 좀 더 자주 해야겠다는 생각이 -ㅅ-;

한 5분쯤 기다리다가 피 테스트하러 들어갔는데,
테스트실에 들어가는 길에 보니까 헌혈실이 꽉 차있어서 놀랬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하는 구나~ *_*
아마 late night이라 직장인들이 일 끝나고 올 수 있어서 더 많았던 듯?

아무튼 간단한 피 테스트 한다고 손가락에 그 뾰족한 기계로 탁-해서 상처를 낸 후
핏방울을 채취해서 무슨 기계에 집어넣었다.
이 기계가 몇 가지 수치를 보여주는데, 나머지는 모르겠지만 하나는 확실히 철분이다.
예전에 안 좋은 타이밍에 갔을 때 철분 수치가 미달이라 퇴짜 맞은 적이 있어서 기억함.
이번엔 어떻게 될까 걱정했는데 헌혈실로 가자는 걸 보니 다행히 테스트는 합격인가보다. 휴~

헌혈실에 들어가서 의자에 (눕다시피) 앉았더니
다른 아저씨가 와서 내 팔뚝을 압박 시켜 피가 안 통하게 하고 혈관을 찾는데 또 엄청 긴장했다.
혈관을 못 찾으면 바늘로 몇 번을 찔러대기 때문에 엄청 아프다고 들어서 혹시나 못 찾으면 어떡하나;;
물론 지금까지는 다들 한 번에 잘 찾았지만.
다행히 이번에도 아저씨가 잘 찾아서 한 방에 찔러넣었다.
근데 헌혈봉투엔 450ml라고 써있는데 기계수치가 470ml까지 가서
혹시 너무 많이 빼가는 건 아닌가 살짝쿵 쫄았음.

여담이지만 난 예전까지는 헌혈 과정 중 제일 아픈 때는
처음에 피 테스트를 위해 손가락 따일 때라고 생각했다.
따끔-하는 게 꽤나 아파서, 혈관에 바늘 들어갈 때보다 왠지 더 아픈 것 같았다.
근데 이번에 하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음.
헌혈 과정 중 제일 아플 때는 손가락을 따일 때도 아니요, 바늘에 찔릴 때도 아닌,
헌혈관을 고정시키려고 팔뚝에 붙여 놓은 테이프를 뗄 때다.
진짜 뻥 아니고 이 아저씨가 테이프 두 개 붙여놓고는 뗄 때 가차 없이 팍팍 떼는데 겁나 아팠음둥. T^T

아무튼 헌혈을 하고 나왔는데 대기실이 엄청 붐벼서 깜짝 놀랬다.
적어도 열 명 넘게 기다리고 있었던 듯.
'사람들 의외로 진짜 많이 하는 구나-' 하고 '그럼 난 안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응?
(물론 저 아래 헌혈 정보를 읽어보면 이런 철딱서니 없는 생각은 없어짐 -ㅅ-;)


요건 덤!


헌혈이 끝나고 직원분이 뭐 마시겠냐고 해서 코코아 달라고 했는데
자판기에서 뽑았음에도 불구하고 겁나 맛 없었다. (-┏)
너무 맛 없어서 오히려 체력이 급저하되는 느낌. (-_-)
과자도 어째 별로 안 땡기는 것 밖에 없어서 손도 안 대고
뜨거운 코코아 호-호- 불어가면서 힘겹게 다 마시고 나옴.
그래두 저기 중간에 보이는 빨간 핏방울(이라고 하니까 진짜 이상하다) 인형 받았다
글구 인형 오른쪽으로 보이는 핏방울(뭔가 거시기한데) 스티커에는
"Be nice to me, I gave BLOOD today" 라고 써있음. ㅋㅋㅋ

어쨌든 오늘 했으니 앞으로 몇 개월 동안 못 하니까 일본에 있는 동안 한 번 하고,
돌아오는 길에 우리나라에 들를 때 우리나라에서도 한 번 해야겠다는
참으로 글로벌하기 그지 없는 헌혈 계획을 세웠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나의 피를 나누어주리~ 음화화화화



'하루|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경 오리  (2) 2008.09.28
Aubergine  (0) 2008.09.27
Full-on, hectic day  (2) 2008.09.25
영화 "Taken"  (2) 2008.09.23
Lone Star  (0) 2008.09.21
: